120923 빌딩 숲속에서 길을 잃다
(을지로 나홀로 출사 中 - Pentax Ist-D) 빌딩 숲 어디에 새가 살고 있나 호르르르 호르르르 어느 구석에서 노랫소리 올라온다 (짝을 부르는) 긴 부리 아래 목울대 출렁이는 소리다 푸른 물 위, 깃을 스치며 한 마디 두 마디 가슴선 그려 저수지를 건너오던 빛깔 고운 청호반새 무너진 산허리 붉은 황토 절벽에 지은 구멍집 드나들던 그 새 소리다 탁, 무슨 새? 몰라 그런 거 그냥 벨소리보다 이게 좀 낫잖아 나 떠난 뒤 도시로 팔려와 핸드폰 속 전자음으로 갇혔구나 등허리에 디미는 칼 아프게 밀려오는 그리움 작은 눈 아득하게 감긴다, 돌아보니 사방에서 들린다 휘파람새, 동박새, 오목눈이 울음소리. 빌딩 숲속에서 길을 잃다 - 김경옥